제71회 경기도민체전 평택시 포켓볼 이보람 선수, "로또야, 함께 뛰었어"… 만삭 엄마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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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 보름 앞두고 ‘메달 2개’ 감동… 평택 이보람 선수의 경기도민체전 이야기
- “경기 중 진통 올까봐 조마조마”… 큐 들고 함께 뛴 ‘로또’와의 시간
- 남편과 함께 땀 흘린 혼합복식, 부부 합작 ‘3개 메달’의 특별한 의미
▲ 2025 경기도민체전 평택시 대표 포켓볼 이보람 선수(사진=경기도당구연맹)
출산을 불과 보름 앞둔 임신부가 당구 큐를 잡고 경기도민체전 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이 특별한 이야기를 써 내려간 주인공은 평택시 대표 포켓볼 이보람(36) 선수다. 그녀의 뱃속에 있는 셋째 딸 ‘로또’와 함께한 만삭 투혼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경기장 전체를 감동으로 물들였다.
제71회 경기도민체육대회 당구 종목이 열린 가평 실내체육관. 큐대 너머로 보이는 이보람의 배는 분명 누가 봐도 만삭이었다. 오는 5월 27일 제왕절개로 셋째 딸을 출산할 예정인 그녀는, 출전 자체가 ‘기적’이라 불릴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기 중에 진통이 오면 바로 큐 내려놓고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은 현실이었다. 의료진과 가족 모두 반대했고, “관람만 하고 오라”는 의사의 조언까지 따랐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출전을 결심했고, 경기 내내 복부의 무게를 안고 테이블 위에 섰다. 경기 중 큐볼이 중앙에 위치할 경우 엎드리기조차 어려워, 보조도구와 심판의 도움 없이는 샷 하나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5 경기도민체전 포켓볼 경기 중인 이보람 선수(사진=경기도당구연맹)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보람은 포켓볼 1부 10볼 부문에서 은메달, 9볼 부문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엄마 선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그녀는 말한다. “메달보다 더 값진 건 아이와 함께한 순간들이었어요.”
이보람의 투혼에는 변함없이 곁을 지킨 이가 있었다. 바로 남편 박지송(32) 씨다. 원래 캐롬을 주종목으로 하며 PBA(프로당구협회) 트라이아웃까지 도전했던 박 씨는 이번만큼은 과감히 포켓볼로 전향했다. 이유는 단 하나, 아내 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9볼 혼합복식 경기에 함께 출전해 또 한 개의 동메달을 추가하며, 이번 대회에서 총 3개의 메달을 부부가 함께 만들어냈다. 박 씨는 “처음엔 걱정이 컸지만, 아내가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제가 더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 부부의 도민체전 인연은 연애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박 씨가 여자친구였던 이보람에게 도민체전을 권유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이보람은 거의 매년 평택 대표 선수로 출전하며, 전문선수가 아닌 동호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메달을 따내고 있다.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부를 기다리는 건 6살, 4살인 두 딸과 곧 태어날 막내다. ‘로또’라는 태명을 가진 셋째는 엄마 뱃속에서 이미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첫 무대’를 경험했다.
“아이들도 엄마 아빠처럼 이번 대회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특히 둘째는 막내 동생을 꼭 안아보고 싶다고 매일 얘기해요.” 이보람과 박지송 씨는 그렇게 세 딸과 함께하는 새로운 여정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보람은 뱃속 딸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로또야, 엄마가 너무 고생시켜서 미안해. 하지만 우리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단다. 건강하게, 우리 품으로 와줘.”
함희동 기자 seouldail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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