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호 칼럼] 고소‧고발 사건 정체… 3년제 ‘국립경찰수사대학’ 설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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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호 대표
수사의 공백은 곧 국민의 고통… 이제는 제도로 책임질 때다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수사관의 첫 연락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일이 흔하다. 억울한 피해자가 경찰서를 찾아 눈물로 호소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수사관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탄식뿐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경찰서 수사관 1인당 연간 평균 사건 처리 건수는 약 410건에 달한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600건을 넘는 경우도 있다. 이는 1건당 최소한의 수사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사실상 ‘기계적 처리’에 가까운 실정이다.
문제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수사 시스템의 ‘붕괴’라는 점이다. 2023년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30대 수사관 A씨는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실종됐고, 며칠 후 인근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손에는 미처 처리하지 못한 수사서류가 담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A씨는 생전에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왔다고 한다. 이 비극은 한 개인의 고통을 넘어, 무너진 수사 시스템이 내는 경고음이었다. 우리가 외면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감당하던 사람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행 수사 인력 양성 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수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법적 해석과 논리적 구성, 디지털 분석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수사관들은 일반 채용 이후 단기 교육만을 받고 곧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현실이다. 수사 역량은 체계적인 훈련보다는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우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과중한 업무 속에서 경험만으로 버티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제도를 통해 수사력을 뒷받침해야 할 때다. 그 해법으로 ‘3년제 국립경찰수사대학’의 설립을 제안한다. 형사법, 범죄심리학, 디지털 포렌식, 수사윤리 등 정규화된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실무형 수사관을 양성하고, 일정 기간의 현장 복무를 의무화한다면, 현장 투입 즉시 전력화할 수 있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사대학은 기존 경찰대학과는 별도의 실무 특화 교육기관으로 기능해야 한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입학정원 미달로 존폐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이나 전문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인프라가 이미 갖춰진 지역 대학을 전환하거나 통합해 경찰수사대학으로 활용한다면, 예산을 절감하는 동시에 지역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 사라지는 대학을 ‘국가 치안 전문 인력 양성의 거점’으로 되살리는 전략이다.
최근 정치권과 학계에서 검찰 기능의 ‘기소 중심’ 재편이 논의되는 점을 고려할 때, 기소‧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1차 수사를 전담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경찰 수사력의 전문성과 공정성은 사법 정의 실현의 핵심 척도가 될 것이다.
고소장이 방치되고, 수사관이 과로 끝에 생을 마감하는 비극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수사의 허리를 세우는 일, 그 출발점은 바로 ‘경찰수사대학’의 설립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새로운 시설을 짓는 방식이 아니라, 존폐 위기 대학을 ‘공공의 미래 자산’으로 재편함으로써도 가능하다. 국가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투자를 결단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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