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택시·의정모니터링, 순위 매기기식 감시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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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시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평가자의 중립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평택시·의정모니터링센터(이하 평시모)가 발표한 ‘2025년 평택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결과보고서’가 지역사회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평시모는 2020년 창립 이래 매년 평택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모니터링해왔으며, 올해도 ‘2025년 정책학교’ 수료자를 중심으로 20명의 시민이 참여해 6월 20일부터 27일까지 각 상임위별 감사를 관찰·평가했다.
시민 주도의 자발적 감시와 정책 감수성을 높이려는 본래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의원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A부터 E등급까지 순위를 매긴 방식은, “요즘 초등학교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성적 상대적 평가법”이라는 냉소적 반응을 자아냈다.
특히 '우수 의원(BEST)'과 '미흡 의원(WORST)'을 실명으로 지목한 항목은 감시를 넘어선 인신 비판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평가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시민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마저 저해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가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 평가자의 중립성과 절차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감시의 대상이 아닌 감시의 방식에 시민들이 의문을 품게 된다면, 그 자체로 감시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등급화가 감시 본연의 공공성을 퇴색시켰다는 점이다. 평시모는 문제 제기 능력, 대안 제시력, 성실성, 공익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그 기준의 객관성과 타당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비판적 의견이 많다.
특히 의원 실명을 명시한 채 점수를 공개한 행위는 평가 주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중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으며, 일각에서는 “이는 평가라기보다 특정한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일부 의원에 대한 저등급 평가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정치적 개입 또는 여론조작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까지 확산되는 등 그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감시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공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따라서 평가를 실시하는 시민단체 역시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구조를 정립해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방식이 미흡하면, 오히려 시민의 정치 불신을 키우고 감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평시모의 참여자들은 정책학교 수료자들로 구성됐지만,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뤄지는 예산 구조, 조례 체계, 행정 절차 등을 충분히 해석하고 판단하기엔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모니터링 위원들이 실명 공개 없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일부 위원의 정당 가입 여부나 정치적 성향이 평가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간접적 영향력 행사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민 모니터링은 지역 민주주의를 투명하게 만드는 유효한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가 오용될 경우,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제2의 정치 권력처럼 비춰질 위험도 내포한다.
평가 기준은 시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결과 역시 서열화된 등급이 아니라 정책 사례 중심의 서술형 보고서로 전환돼야 한다.
나아가 보고서에 기재된 ‘횡설수설’, ‘하나마나한 질문’, ‘어처구니없는 질의’ 등은 공적 문서에 사용되기에는 현저히 부적절한 표현으로, 평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당사자인 의원의 인격권과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의원별 질의 특징, 우수사례, 개선이 필요한 포인트를 중심으로 구성한다면, 피드백으로서의 기능도 충실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지역 의정의 질 향상과 행정의 투명성 제고, 그리고 시민 삶의 실질적 개선에 있다. 이를 위해선 평가자 역시 꾸준한 학습과 자기 성찰이 병행돼야 한다.
감시는 권리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책무이며, 감시자의 품격이 곧 감시의 신뢰와 정당성을 결정짓는다. 평시모가 보다 정교한 평가 기준과 높은 전문성, 그리고 공공적 품격을 갖춘 시민 감시 주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감시는 의회를 약화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민과 의정이 함께 성숙해지는 디딤돌이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감시를 넘어선 신뢰와 협력의 토대 위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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