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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기] 아누라다푸라의 세 가지 보물(Sacred City of Anuradhap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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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0-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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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루무니야 사원, 스리 마하 보디, 루반벨리세야 다고바 “경주처럼 역사적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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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온 승려는 모든 것이 마냥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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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누라다푸라의 세 가지 보물(Sacred City of Anuradhapura) - Day 4 2020. 1. 7.(화)

 신성한 도시, 아누라다푸라는 BC 4세기부터 AD 8세기까지 약 1,300년 동안 상할라 왕국의 수도이었지만, 인도 타밀족의 침략으로 폴론나루와로 옮긴 후 울창한 정글에 파묻힌 도시이었다. 하지만, 1934년에 발굴되어 스리랑카인의 정신적인 고향이 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82년)에 등재되었다. 우리의 경주처럼 역사적인 도시이다.

① 이수루무니야 사원(Isurumuniya Vihara)

 고요한 아침이다. 길에 바짝 엎드린 채 아직도 아침잠을 자는 개들이 스쿠터의 배기음에 고개를 든다. 입장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사원 마당을 쓸고 있는 승려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바위 사원(Rock Temple)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BC 3세기 불교를 최초로 받아들인 데바남피야티사(Devanampiyatissa) 왕이 인도에서 건너온 마힌드라(Mahindra) 스님에게 불법을 배우는 수도원 형태로 건축된 스리랑카 최초의 불교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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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반벨리세야 다고바는 위대한 탑으로 불린다.

 코끼리 목욕을 묘사한 인공호수의 뒤쪽에 만들어진 작은 불당이 먼저 눈에 띈다. 바위를 파낸 듯이 지워진 불당에는 화려한 색으로 칠해진 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코끼리 연못 옆에는 커다란 보리수가 있다. 젊은 승려와 흰옷을 입은 아낙네들이 연꽃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있다. 선뜻 꽃을 다듬어보라고 주지만, 그들처럼 예쁘게 꽃잎이 펴지지 않는다.

 보리수 반대쪽의 작은 박물관에서 만난 연인(Isurumuniya lover)은 엄숙한 사원에서 소소하게 느껴지는 이색적인 아름다움이다. 특히 남자의 무릎에 앉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사랑을 속삭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달콤함이 묻어난다. 두투가무누(Dutugamunu) 왕의 아들 살리야(Saliya)가 낮은 카스트의 아소카마라(Ashokamala)와 사랑에 빠져 왕좌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사원 뒤쪽의 바위 위에 세워진 흰색의 다고바를 지나 정상에 오르면 화강암 바위에 찍힌 부처의 발자국과 바위 밑에 누워있는 부처를 만날 수 있다. 인도에서 온 승려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그녀들처럼 발자국과 와불을 보고 불심이 일어나지 않지만,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광대한 숲을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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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진실함이 느껴진다.

② 스리 마하 보디(Sri Maha Bodhi)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인도의 부다가야(BuddhaGaya)에서 옮겨온 것으로 유명한 보리수가 있는 스리마하 보디를 찾았다. 부처의 상징인 보리수는 BC 228년 아소카의 딸 상가미타(Sangamitta) 공주가 가져와서 심어졌다고 전해진다. 스리랑카인이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입구부터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이중 삼중으로 삼엄하게 경계를 하고 있다.

 기록상으로 인증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다. 잎이 무성하여 부처의 자비처럼 사람들에게 넓은 그늘을 제공한다. 보리수를 살아있는 부처와 동일시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간절히 모은 두 손을 이마에 댄 채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흰옷을 입은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처가 비슈누의 아바타인지, 비슈누가 부처의 호위무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신의 도움이 없더라도 그들이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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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반벨리세야 다고바

③ 루반벨리세야 다고바(Ruvanveliseya Dagoba)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니 유료 입장 구역이라며 경비원이 통행을 제지한다. 이곳의 모든 유적을 보기 위해서는 25$짜리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현지인에게 인기가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을 알아보니 무료로 볼 수 있는 스리 마하 보디와 루반벨리세야 다고바, 그리고 입장료 200루피(1,280원)인 이수루무니야 사원이다. 크고 작은 불교사원과 불탑, 연못 등 볼거리가 곳곳에 있는 고대도시이지만 대표적인 유적 3곳이면 충분할 듯싶다. 워낙 방대한 곳이라 스쿠터를 빌린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한참을 돌아가니 멀리 엄청나게 큰 새하얀 다고바가 보인다.

 루반벨리세야 다고바는 아누라다푸라의 상징으로 ‘위대한 탑’이라 불리는 물방울 모양의 불탑이다. 다고바(Dagoba) 또는 다가바(Dagaba)는 부처의 진신 사리를 모신 장소를 뜻하며, 우리말로는 탑, 영어로는 스투파(Stupa), 파고다(Pagoda)라고 한다. 이 다고바는 BC 2세기 도투게무누 왕이 남인도의 침입을 격퇴하고 아누라다푸라를 탈환한 기념으로 수천 톤의 벽돌로 높이 103m, 지름 290m로 건설하였다. 지금은 파손되어 건설 당시 모습 그대로 볼 수 없지만, 로마에서 수입한 산호초로 장식할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했다고 한다. 두투게무누(Dutugamunu) 왕은 스리랑카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왕으로 BC 2세기 스리랑카를 통일하고 싱할라 왕국의 기반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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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수는 잎이 무성하여 부처의 자비처럼 사람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본래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지금은 55m 높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경외심이 생길 정도로 거대하다. 다고바를 짊어지고 살아 있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수십 마리의 코끼리들의 얼굴을 보니 인간의 욕심에 화가 난다. 참 오랜 시간 동안 코끼리를 혹사하고 있다. 저 큰 다고바가 무슨 소용일까. 부처의 욕심인지, 인간의 욕심인지 알 수 없다. 계속 환생하여 권력을 누리고 싶었던 지배자들의 탐욕과 온갖 정성을 다해 다음 생에는 더욱 나은 삶으로 윤회되기를 꿈꾸었던 민초의 어쩔 수 없었던 노력이 허황한 꿈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다고바를 크게 짓는 것이 부처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불교의 성자라면 낮은 곳에서 중생을 올려다보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계급사회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중생을 내려다본다.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자들은 종교라는 무기로 인간을 두렵게 한다. 피라미드, 교회, 모스크, 절, 만디르 모두가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더욱더 그렇다.

※ 다음에는 여행 4일차 ‘스리랑카 불교의 전래지, 미힌탈레(Mihintale)’가 이어집니다.                                      

                                                      오석근 작가의 여행기는 본보와 평택자치신문이 공동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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