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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여행하기] 실론티의 본고장 ‘누와라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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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1-11-0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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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m 산악지대인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 


우리에게 익숙한 실론티의 본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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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론티의 본고장 누와라엘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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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기 어렵다 - Day 8. 2020. 1. 11.(토)

 허리가 고통스럽다. 순간적으로 쥐어짜는 아픔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하루 더 머물고 가라는 주인을 뒤로하고 간신히 스쿠터에 몸을 싣는다. 누와라엘리야까지는 4시간쯤 걸린다. 무사히 갈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막상 스쿠터에 몸을 실으니 버틸만하다. 날은 따뜻하고 하늘은 푸르다. 스쿠터 타기에 정말 좋은 날씨이다. 언제 아팠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다.

 2시간쯤 달리니 어느새 고도가 1,000m이다. 길 양편으로 차밭들이 계단식 논같이 펼쳐지면서 가는 내내 푸름으로 가득한 산이 이어진다. 경치에 취해 잠깐씩 스쿠터에서 내릴 때마다 허리가 뜨끔하면서 순간 몸이 굳어진다. 갈수록 바람이 서늘해지고 안개가 강해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순식간에 바뀌고 있다. 바람막이를 입어도 춥다. 얼른 침대에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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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는 아프지만 스쿠터 여행은 즐거움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허리의 뜨끔거림이 더욱더 강하다. 도저히 걸을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다. 한 손을 허리에 짚고 움직이지도 못한 채 긴 호흡을 내실 뿐이다. 힘들다.

 보다 못한 주인이 아유르베딕 마사지를 추천한다. 지난 카주라호에서 불쾌했던 마사지의 기억으로 다시 찾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인의 오토바이에 몸을 싣는다.

 모두 탈의한 채 얇은 부직포 팬티를 입고 마사지사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침대에 눕는다. 마사지사는 안쓰럽다는 얼굴로 정성스럽게 아픈 부위를 문지른다. 타이 마사지처럼 꾹꾹 시원스럽게 눌렀으면 좋겠는데 아유르베딕 마사지의 한계다. 1시간이 되었건만 달라진 것이 없다. 팬티조차도 혼자 갈아입을 수 없어 도움을 받아야 하니 비참할 뿐이다.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 병원을 안내 해 달라고 하니 기꺼이 동행한다. 병원은 매우 작고 초라하지만, 약이 필요한 나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시간의 스쿠터 운행과 갑작스러운 산행으로 인한 근육통인 것으로 짐작되기에 걱정스럽지는 않다. 단지 약의 효과가 좋기만 바랄 뿐이다. 내일은 편하게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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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와라엘리야 시내


■ 실론티의 본고장, 누와라엘리야(Nuwara Eliya) - Day 9. 2020. 1. 12.(일)


 분명히 내 방이 아닌데 집주인은 내 방이라고 우기면서 돈을 주지 않는다. 500루피(3,200원)를 주기 싫어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찢어진 돈을 주기도 하고, 한 면만 인쇄된 위폐를 주기도 한다. 뭔가 이상해 정신을 가다듬으니 꿈이다. 꿈인 줄 알고 간신히 깨었는데 다시 꿈속이다. 간신히 눈뜨면서 이중 꿈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다시 꿈속으로 떨어진다. 또다시 한참을 헤매다가 꿈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일어나려고 애쓰지만, 또 다른 꿈속에서 헤어날 수 없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열 번쯤 반복되면서 가까스로 꿈에서 벗어날 방법이 보인다. 간신히 일어나서 창문을 연다.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자기 전에 먹은 약 기운으로 한결 좋아졌지만 편하지는 않다.

 데자뷔인지 어제 지급한 숙박비가 이상하다. 부킹닷컴과 비교하니 700루피(4,500원) 차이가 난다. 숙박비의 40%이다. 차액의 환불을 요구하니 핑계를 대면서 주기 싫어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나의 스마트폰에는 1,804루피(11,600원)라고 찍힌 예약확인서가 있다. 결국, 그는 차액을 돌려줄 수밖에 없다.

 호튼플레인스(Horton Plains National Park)를 가려고 했지만, 너무 늦었고 몸도 좋지 않다. 몸 때문에 입맛도 없지만, 정직하지 않은 숙소에서 아침을 먹기 싫다. 아유르베딕 마사지숍에 어제의 도움에 감사의 인사를 하려고 들르니, 그는 오히려 홍차를 대접하여 무탈한 여행을 기원한다. 정성을 다해 도와주려 했던 그를 만나러 다시 하푸탈레에 오고 싶다.

 어제의 병원 근처에는 유럽식 분위기로 여행자에게 인기가 높은 우체국이 있다. 흔히 기념으로 우체국에서 자신이나 가족에게 엽서를 보낸다. 이제 덩어리 식빵 하나를 배낭에 챙겨 넣고 타밀족의 눈물이라는 차밭을 구경하러 길을 나선다. 오늘도 날씨가 좋으니 스쿠터의 속도가 빨라진다.

 차밭으로 개간한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1,830m의 산악지대인 누와라엘리야는 우리에게 익숙한 실론티의 본고장이다. 실론은 포르투칼 시대에 사용된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다.

 어제 스쳐온 담로 디팩토리(Damro Labookellie Tea Centre)를 향한다. 아편전쟁으로 차 확보가 어려운 영국은 스리랑카에 차나무를 옮겨 심었으며, 품질이 좋아지자 남인도의 타밀족을 강제로 이주시켜 대규모로 차 농장을 경영하였다고 한다. 스리랑카가 독립한 후에도 막대한 이권이 발생하는 차 농장이 영국 회사 맥우드(Mack Woods)의 소유였으나, 2017년부터 스리랑카 회사인 담로가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담로 티팩토리로 가는 길의 양편은 온통 푸른 차밭으로 푸르게 물들어져 있다. 담로가 얼마가 큰 회사인지 곳곳에서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보성녹차밭은 명함도 못 내밀 거대한 규모이다. 보이는 모든 곳이 초록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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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류별로 보고 만지고 시음한 후 구매할 수 있다.


 담로 티팩토리는 단체관광객으로 붐빈다. 공장으로 안내하는 이를 따라나서니, 입구부터 차향이 코끝을 스친다. 가이드는 녹차가 홍차가 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면서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이곳에는 2,000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들이 어린잎을 채취하여 21시간 말리면서 홍차(Black Tea)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주로 스리랑카 중남부에서 주로 재배되는 홍차는 생산지의 고도에따라 로우그로운(Low Grown), 미디엄그로운(Medium Grown), 하이그로운(High Grown)으로 나뉜다. 누와라엘리야처럼 1,2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는 최고급 차인 하이그로운이 재배된다. 하이그로운으로 홍차를 끓이면 색깔이 밝은 주황색을 띠며 깔끔한 맛이 특징이며, 인기가 좋아 전 세계로 수출된다고 한다.

 1층 로비의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무료로 시음할 수 있는데 사람이 많다 보니 성의 없는 서비스와 분주한 분위기에 차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잠깐 들렀던 람보다(Ramboda)에 있는 티부쉬(TeaBush)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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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보다 폭포 하류에서 무더위를 씻고 있는 사람들이 정겹다.


 티부쉬도 티팩토리와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담로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 관광객이 적은 편이다. 티부쉬에는 100명의 노동자가 8시부터 4시까지 일하면서 개인별로 20kg 녹차를 채취한다. 특히 이곳에는 보통 차보다 40%가량 비싼 화이트티가 주로 생산되는데, 수익금의 80%는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간다며 가이드 자누는 자신의 저임금을 아쉬워한다.

 하늘에 닿는 선까지 푸르른 차밭으로 가득한 풍광을 보며 여유롭게 마시는 한 잔의 홍차로 허리의 고통을 잠시 잊는다. 홍차가 달콤하다. 어제처럼 오늘도 친절하게 서비스 받으며 공짜도 마신다. 아무것도 사지 않아 미안하다.


※ 다음에는 여행 10일차 ‘도저히 안 되겠다’가 이어집니다. 

<오석근 작가의 여행기는 본보와 평택자치신문이 공동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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