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하기] 나인 아치 브릿지 ‘엘라(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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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9개의 아치형 다리...
‘하늘의 다리’라고 불려
▲ 나인 아치 브릿지 | Dennis Binzen / Flickr
엘라는 백인에게 최고의 관광지인 듯하다. 어제 만난 엘라의 밤거리에는 온통 백인뿐이었다. 온통 레스토랑과 영국식 PUP으로 가득한 거리에서 동양인은 나와 스리랑카 노동자이었다. 스리랑카에 이렇게 많은 백인이 한 곳에 있을 줄 생각지도 못해서 무척 낯설게 느껴진 엘라였다.
오늘 찾은 나인 아치 브릿지(Nine Arches Bridge)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블로거들이 엘라를 극찬한 것을 여러 번 보았기에 한국인을 만날 줄 알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영국강점기에 누와라엘리야와 하푸탈레가 선선한 기후로 백인의 휴양지이었던 때문일까 오로지 흰 피부의 백인만 있을 뿐 어디에서나 시끄러워 뒤돌아보게 되는 중국인마저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하늘의 다리’라고 불리는 나인 아치 브릿지는 영국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9개의 아치형 다리로 하루 여섯 차례 지나가는 기차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몰려드는 엘라의 랜드마크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강철이 부족하여 벽돌과 시멘트로 만들었지만, 아직 튼튼하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철길을 걷고 야자수를 마시면서 기차를 기다린다. 이렇게 엘라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예전의 기찻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리틀아담스피크는 스쿠터로 10분 거리에 있다. 누와라엘리야에서 서쪽으로 70km 떨어져 있는 원뿔 모양의 산인 아담스피크(Adam’s Peak)의 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아담스피크는 아담이 하늘에서 쫓겨난 후 처음으로 땅에 발을 디딘 곳이라는 뜻이다.
1,141m의 리틀아담스피크로 오르는 길은 가벼운 산책 정도이다. 길의 양편으로 짙푸른 아름다운 녹차 밭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집라인(Zipline)이다. 와이어에 몸을 싣고 자연과 스릴을 함께 느끼는 이들을 바라보며, 매표소에서 은은하게 반복적으로 울려 퍼지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식는다.
▲ 인생샷을 찍는 리틀아담스피크의 촬영포인트
다시 가파른 길을 조금 올라 부처가 반기는 정상에 서니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전망에 저절로 힐링이 된다. 한없이 아름답고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장엄하게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망이다. 겨우 한 시간의 트래킹이었지만, 리틀아담스피크는 기대 이상으로 믿을 수 없는 선물을 제공해 주는 엘라의 보물이다.
■ 열대우림의 보물창고, 싱하라자(Sinharaja Forest Reserve) - Day 12. 2020. 1. 15.(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1988년)으로 지정된 스리랑카 최대의 삼림보호구역인 ‘사자들의 왕국’ 상하라자가 있는 데니야야(Deniyaya)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데니야야는 불편한 교통 때문에 마니아만 찾는 곳이다.
▲ 싱하라자 삼림보호구역
울창한 열대우림에 만들어진 인적이 드문 끝도 모르는 1차선 도로를 몇 시간 동안 무작정 달려야만 하는 혼자만의 여행은 외롭다. 끝이 어디일까 불안하다. 낯선 곳에서 스치는 사람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1인 외국인이다 보니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날 때면 험한 꼴을 당할까 봐 경계심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우려이다. 손을 한 번 흔들면 환히 웃으면서 역시 화답해준다. 두려움은 나의 문제이지 그들은 위협의 대상이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지 못해 왔다리 갔다리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구글 지도가 잘못되었다고 일부러 손짓하며 스쿠터를 세웠던 작은 가게의 주인도 그런 친절한 이였다.
비록 어제는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 데니야야를 찾았지만, 상쾌한 아침이다. 열대의 커다란 나무가 가득한 게스트하우스는 오대산 숲에 있는 듯이 평화롭다. 며칠 동안 힘들게 했던 허리 아픔도 없다.
가이드 프리안트씨와 각자의 스쿠터에 몸을 싣고 싱하라자 삼림보호구역으로 향한다. 블록과 양철지붕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매표소처럼 가이드들은 소박하다. 초록색 티셔츠를 입은 그들은 싱하라자를 보존하기 위하여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민운동단체(Sinharaja Green Friends)이다. 훼손되는 열대우림을 보호하면서 수익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스쿠터가 있으니 보통의 여행자를 위한 일반적인 코스가 아닌 새롭게 개발한 입구를 통해 숲으로 들어간다. 숲 안으로 들어갈수록 열대의 신기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울창한 밀림이다. 동서로 21km, 남북으로 7km인 보호구역에는 상당수의 스리랑카 고유종을 포함하여 다양한 나무, 곤충,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이 어울려서 사는 스리랑카의 보물창고라고 자랑한다.
스패츠를 신었어도 거머리가 신발 속으로 들어온다. 잠시 계곡에 앉아 20여 마리의 거머리를 제거하고 닥터피쉬에 발을 맡기며 한숨을 돌린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그냥 누워서 자고 싶다고 하니, 프리안트씨는 작년 이맘때에 이곳에서 12m짜리 아나콘다를 잡아 다른 곳을 놓아 주었다고 한다.
▲ 많이 훼손되어 주변은 온통 차밭이다.
뷰포인트2(967m)에 오르니 싱하라자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인다. 꽤 넓은 구역이라 생각했지만 한 줌밖에 안 되고, 보이는 대부분은 차밭이다. 1960년대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귀중한 생물의 보고였으나 점차 개발이 진행되어 숲의 상당한 부분이 차와 고무 등의 플랜테이션으로 바뀌었다고 안타까워한다.
멀리 힌두 마을에서 흥겨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마카르 산크란티(Makar sakranti) 축제로서, 새해 첫날을 서로 축하한다. 매표소에서 노파에게 먹은 떡도 오늘의 잔치 음식이다.
▲ 여행자들에게 음식을 주고 약간의 돈을 받는다.
데니야야 시내로 오니 온통 축제 분위기이다. 트랙터나 수레에 힌두 신상을 싣고 정월대보름의 지신밟기처럼 집집이 다니면서 축복을 빌어주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친절하게도 이방인에게 음식을 나누어준다. 다들 행복한 얼굴이다.
※ 다음에는 여행 11일차 ‘침략자들이 만든 세계문화유산, 갈레(Old Town of Galle and its Fortifications)’가 이어집니다. <오석근 작가의 여행기는 본보와 평택자치신문이 공동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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